로봇은 형태도, 센서도, 자유도도, 제어 방식도 제각각이다. 하나의 AI 모델을 여러 기종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이유다. AX 인프라 기업 아크릴(대표 박외진)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자사 피지컬 AI 통합 플랫폼 'Jonathan PAI'로 서로 다른 로봇을 잇는 실행계층 개발에 나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추진하는 '협업지능 피지컬 AI 기반 SW 플랫폼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 사업 중 '이기종 협업 피지컬 AI SDF 특화 기반모델 연구개발' 과제에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하면서다.
VLA 모델을 로봇에서 떼어내는 설계
이번 과제의 핵심은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을 특정 로봇에 종속시키지 않는 구조다. 아크릴은 여러 로봇에 연결할 수 있는 실시간 로봇 통신 게이트웨이와 이기종 로봇 표준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고, 이와 함께 데이터 수집 파이프라인 및 벤치마크도 개발한다. AMR, 휴머노이드, 매니퓰레이터 등 형태가 다른 로봇들이 같은 AI 모델을 공유하려면 이런 공통 실행계층이 필요하다는 게 아크릴의 설명이다.
박외진 대표는 “아크릴은 로봇을 만들지도, 로봇의 두뇌를 만들지도 않는다. 모든 두뇌가 모든 로봇에 도달하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로봇 기종이 늘어날수록 이 실행계층의 가치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 연구책임자는 이수기 아크릴 연구소 본부장이 맡는다.

650억원 규모, 18개 기관이 참여하는 국가 R&D
이번 과제는 총 사업비 약 650억원 규모로, 이 중 정부지원금이 450억원에 이른다. 기간은 2026년 8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4년 5개월간 진행되며, 과제 주관 기관은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이다. 참여 기관은 아크릴을 포함해 KAIST, 서울대학교, 레인보우로보틱스, 현대위아 등 총 18개 산·학·연 기관이다.
과제는 2030년까지 최소 7종의 이기종 로봇을 실행계층에 연결하는 것을 성과지표로 설정했다. 로봇 기종 자체가 아니라 실제로 제어 가능한 로봇 수를 목표로 잡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크릴은 이를 위해 연구인력 5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제조·바이오 현장 실증과 제품화
아크릴은 이번 과제로 확보한 실행계층 기술을 제조와 바이오 현장에서 실증할 계획이다. CAR-T 등 바이오 제조 공정과 제조업 현장이 실증 대상으로 거론된다. 향후에는 구독형 라이선스 방식의 제품화도 구상하고 있다.
박외진 대표는 “GPU 인프라 소프트웨어에서 축적한 이기종 자원 운영 역량을 피지컬 AI 영역으로 확장해 Jonathan PAI를 다양한 AI 모델과 로봇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로봇의 몸과 AI의 두뇌가 각자 발전하는 가운데, 둘을 잇는 실행계층이 이번 국가 R&D 과제를 통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검증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