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기업 시높시스(Synopsys)가 칩 설계 단계에서 열·구조·전자기 등 물리적 변수까지 함께 검증하는 통합 플랫폼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시높시스는 2026년 9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시높시스 컨버지 코리아 2026’을 개막했다. 이번 행사는 시높시스 유저 그룹(SNUG)과 앤시스(Ansys)의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행사 Simulation World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한 국내 첫 사례다. 앤시스는 2025년 7월 17일 시높시스에 인수 완료됐다.
AgentEngineer와 Multiphysics Fusion, 설계·해석 기술 통합
행사에서는 AI 기반 엔지니어링 워크플로우 기술 AgentEngineer와 구조·열·전자기 해석을 통합한 Multiphysics Fusion이 소개됐다. AgentEngineer는 반복적인 설계·검증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Multiphysics Fusion은 물리적 변수를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이다. 시높시스는 이를 통해 반도체 칩 설계부터 시스템 개발까지 연결하는 ‘Silicon-to-Systems’ 전략을 제시했다.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첨단 배터리 등으로 제품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설계 단계에서부터 물리적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시높시스 최고제품개발책임자 샹카 크리슈나무티는 “한국은 HBM과 첨단 메모리, AI 반도체, 첨단 패키징 등 AI 시대의 핵심 기술 혁신을 이끌고 있다”며 “Agentic AI와 멀티피직스 설계, 실리콘부터 시스템까지 연결하는 통합 엔지니어링 접근을 통해 한국 기술기업의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시높시스 S&A 부문 아시아태평양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링 총괄 부사장 패드메쉬 맨들로이는 “AI와 지능형 시스템, 소프트웨어 정의 제품으로 엔지니어링 복잡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고객과 파트너, 기술 전문가들이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향후 혁신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협력 구조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HBM·AI 반도체 수출 확대, 한국 밸류체인의 무게
이번 행사의 배경에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가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6년 5월 반도체 수출액은 371억5,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42.3%를 차지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으로는 2026년 1~5월 HBM을 포함한 복합구조칩 수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53%에 달했다. NVIDIA, AMD, Microsoft 등이 협력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만큼, 시높시스는 한국을 AI 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
시높시스는 1992년 한국 사업을 시작해 2012년 국내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했다. 이후 국내 50개 이상 대학과 협력해 연간 5,000명 이상의 학생을 지원해 왔으며, 지금까지 72개 스타트업을 지원한 이력도 있다. 이번 통합 행사는 이 같은 국내 생태계 기반 위에서 반도체 설계와 시스템 시뮬레이션을 잇는 시높시스의 확장 전략을 보여주는 자리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