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이오스타트업 바이오스페로가 개발한 인체 모사 연구 플랫폼 ‘OrganXpert’는 외부 펌프와 튜브 연결 없이 자체 물리적 구동만으로 배양액을 순환시키는 것이 핵심 사양이다. 김경환 바이오스페로 대표는 2026년 9월 현재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물 시험 결과가 임상 시험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신약 후보물질이 인체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더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이 기술의 목표다.

펌프 없이 순환하는 장기칩 구조
OrganXpert는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여러 구성 요소로 이뤄진 시스템이다. 유체 순환 통로를 갖춘 장기칩인 OrganXpert-O와, 외부 장비 없이 유체를 물리적으로 순환시키는 구동 장치 OrganXpert-M이 결합해 세포가 실제 인체와 유사한 환경에서 배양되도록 한다. 김 대표는 “세포가 실제 인체에서 살아가는 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구현함으로써 보다 정밀한 시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OrganXpert의 강점입니다. 또 성능뿐만 아니라 연구자가 실험실에서 얼마나 편리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죠. 바이오스페로가 장기칩 자체뿐 아니라 세포 배양과 유체 순환, 시험 준비 과정까지 아우르는 연구 플랫폼 OrganXpert를 개발한 이유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재현성과 표준화가 관건
바이오스페로는 세포 주입과 배지 교환 등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신약 개발 현장에서는 한 번의 좋은 결과보다 여러 번 반복해도 동일한 결과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신약 개발에서는 한 번의 좋은 결과를 얻는 것보다, 여러 번 반복해도 같은 결과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OrganXpert와 같은 신약 개발 플랫폼이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려면 인체 세포와 비슷한 환경을 구현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아가 높은 수준의 재현성과 표준화가 필수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바이오스페로는 국내외 연구기관의 검증 데이터를 확보하며 표준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 검증으로 확장되는 밸류체인
국내 실증을 발판으로 바이오스페로의 검증 무대는 해외로 넓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제약·바이오 전문기업이 OrganXpert 도입을 결정하며 공급 계약이 성사됐고, 계약 상대는 Summit Pharmaceuticals International, 약칭 SPI다. 미국에서는 UC Davis Health가 주요 협력기관으로 참여하는 바이오 스타트업 스케일업 프로그램에 선정돼 현지 검증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성능 고도화와 자동화, 글로벌 대응은 자체 역량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바이오스페로는 2024년 기술보증기금 벤처투자센터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 초에는 제주도가 조성한 상장기업 육성펀드 1호의 투자를 받았다. 여기에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하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시리즈 J’ 참여도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되고 있다.

본사가 있는 제주와의 접점
바이오스페로는 제주에 본사를 두고 연구개발과 생산을 수행하는 한편, 서울에서는 제약사와 연구기관, 투자사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김 대표는 제주 내 화장품·그린바이오 기업과의 공동연구, 대학·연구기관·병원과의 연계를 통해 장기칩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다양한 바이오 기업이나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싶어요. 특히 제주에서 시작한 기업인 만큼 제주 내 화장품·그린바이오 기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대학·연구기관·병원 등과 연계해 장기칩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큰 꿈입니다”라고 말했다.
펌프와 튜브라는 물리적 제약을 없앤 구동 구조는 장기칩 기술이 연구실 밖 실제 산업 현장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일본과 미국에서의 검증 결과가 누적되는 만큼, 재현성과 표준화라는 과제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에 따라 이 기술의 상용화 속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