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접합·절단·드릴링 장비를 고객 공정에 맞춰 설계하는 아큐레이저가 2026년 10월 중국 주요 유리기판 제조사와 TGV 장비 공급계약을 맺었다. 회사 측 발표에 따른 계약 규모는 수백만 달러다. TGV(Through Glass Via)는 유리기판에 위아래 전기 신호가 이동하도록 미세 관통홀을 형성하는 기술이다. 아큐레이저는 2016년 설립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용 초정밀 레이저 장비 개발 기업으로, 최지훈 대표가 이끈다.
중국 고객사의 양산 투자는 2027년부터 진행될 예정이며, 이때 공급 장비가 활용된다. 아큐레이저는 반도체 패키징 접합 기술을 유리기판, 수소연료전지, 스마트 윈도우로 넓혀 왔다.
고객 공정에 맞춘 광학 엔진 설계
아큐레이저의 기술 방식은 고객 공정에 맞춰 광학 엔진을 직접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레이저 접합·절단·드릴링 장비를 만드는 것이다. 평택 클린룸 연구시설과 오산 연구소에서 고객사의 소재를 시험하고, 그 검증 결과를 장비 설계에 반영한다. 일부 시험용 샘플의 가격은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른다.
최지훈 대표는 이 방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고객을 기계에 맞추지 않고, 고객의 공정에 맞춰 광학 엔진을 설계합니다.”
대표 제품군은 반도체 패키징 장비 Hephaistos와 유리기판 가공 장비 Ares다.
창업 배경은 양산 현장의 경험이다. 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수많은 양산 라인을 만들면서 절감한 게 두 가지였습니다. 레이저로 가공할 때 생기는 아주 작은 열 변형과 온도 차이가 기판 전체의 치명적인 불량으로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유해 화학물질과 폐기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었죠.” 최 대표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레이저 에너지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에서 해법을 찾기 시작했고, 품질 문제를 개선하면서 화학물질 사용과 환경 부담도 줄이는 레이저 가공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으로 창업했다.
최 대표는 기술 자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장에서 쌓은 광학, 기구, 공정 제어 노하우가 저희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사양을 짧은 기간 안에 맞출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고요.”
유리기판과 반도체 패키징에서 쌓은 실적
회사 설명에 따르면 아큐레이저는 2023년부터 약 2년간 미국 대형 기업의 유리기판 가공 기술 평가에 참여했다. 이 기간 쌓은 공정 개발 경험은 후속 기술 검증과 해외 고객사 협력의 토대가 됐다. 관통홀 품질을 검사하고 불량 부위를 확인·보수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며, 가공 장비에 검사와 보수 기능까지 연결해 고객사 생산공정에 대응할 계획이다.
반도체 패키징 분야 실적도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기업에 AR·VR 기기용 레이저 열압착 본딩 장비를 공급했고, 2018년부터 2019년까지 OLED 마스크 가공 장비와 D램 리웍 장비를 수주했다. 2024년에는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의 칩렛 공정용 레이저 본딩 장비를 국내 기업과 공동 개발했고, 해외 기업과는 열압착 본딩(LTCB)과 레이저 보조 본딩 장비(LAB) 개발을 진행했다. 같은 해 머니투데이가 주최한 대한민국 리딩기업대상에서 기술혁신대상을 받았다.
최 대표는 샘플 확보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처음에는 샘플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오랫동안 설득했고, 저희 기술과 빠른 대응을 믿어 준 고객들이 하나둘 흔쾌히 동참해 주셨어요.”
수소연료전지·스마트 윈도우로 확장
기업 측 설명에 따르면 아큐레이저는 2026년 영국·중국 기업과 수소연료전지 장비 수주 및 공동개발 협력을 진행했다. 미국·대만 기업과는 장비 개발 협력과 공급 의향을 확인했다.
사업 영역을 넓힌 이유도 있다. 반도체 장비 시장은 투자 시점별로 수요가 변동하는데, 회사는 설비투자 주기에 따른 위험을 줄이려는 판단으로 기존 광학 기술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도록 기술과 연구시설에 투자했다. 최 대표는 “산업마다 주기가 있어서 특정 산업, 특정 장비에 몰입하면 그 여파를 그대로 받습니다.”라고 말했다.
양산 대응과 투자
아큐레이저는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해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자금을 조달했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의 ValueUP 프로그램에도 투자 연계와 사업 확장을 위해 참여하고 있다.
최 대표는 계획을 밝혔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의 이번 ValueUP 프로그램과 투자 유치를 계기로 양산 라인 평가용 장비 제작과 연구개발 인력 채용에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사내 ERP와 보안 시스템도 고도화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엄격한 공장 실사 기준을 충족시키려고 합니다.”

고객사의 양산 일정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 인력 확보와 내부 관리체계 정비도 예정돼 있다. 글로벌 고객사의 생산·품질관리 및 보안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도 계획에 들어 있다.
최 대표는 앞으로 1년의 목표로 반도체 패키징, 유리기판, 수소연료전지, 스마트 윈도우 장비의 양산 평가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대량 수주로 전환하는 것을 꼽았다. 더 장기적으로는 2029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