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 시료에서 0.001% 미만 비율의 변이를 구별하는 단일분자 기반 검출 플랫폼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홍성철 교수의 연구가 2022년 10월 창업으로 이어진 바이오 벤처 심플리바이오(대표 홍성철)가 개발한 SIMUL로, 혈액 속 암 유래 DNA를 분석한다. 이 수치는 회사가 제시한 실험실 분석 결과이며 임상 성능이 아니다.
회사는 현재 폐암 환자 임상 연구와 검사 자동화 전용 장비 개발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홍 대표는 “정상 DNA에 극히 적은 비율로 섞여 있는 암 유래 DNA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수술 후 체내에 남은 미세잔존암 등 정상 DNA 사이에 극히 적은 비율로 섞인 암 변이를 구별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술 사양: 형광 신호와 결합 패턴으로 분자를 본다
SIMUL의 검출 과정은 단계별로 나뉜다. 먼저 PCR로 변이 부위를 증폭하고, 효소로 한 가닥만 남긴다. 여기에 형광 탐침을 투입한 뒤 칩 위의 형광 신호를 촬영해 개별 분자의 결합·분리 패턴을 분석한다.
홍 대표는 “분자 하나에서 발생하는 형광 신호와 결합 패턴을 분석하는 기술을 혈액 속 암 변이 검출에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형광점 개수를 세는 방식으로는 0.05% 미만의 변이 비율을 검출했고, 탐침 결합·분리 패턴 분석을 적용하면 0.001% 미만 비율의 변이를 구별했다. 모두 회사가 제시한 실험실 분석이다.
이 기술은 홍 대표가 2006년부터 해 온 단일분자 생물물리학 연구에서 발전했다. 홍 대표 연구실의 Ago-FISH는 세균 유래 단백질인 아고노트를 활용한 핵산 검출 기술로, 2020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됐다. 아고노트를 활용한 탐침은 일반 탐침보다 20배 이상 빠르게 표적에 결합했다.
다만 결합을 늘리려고 탐침 농도를 올리자 주변에 떠다니는 탐침에서도 형광이 나타나, 표적에 붙은 탐침의 신호와 주변 형광을 가려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연구실은 2022년 발표한 Dynamic FRET-FISH로 이를 풀었다. 두 형광 분자 사이의 에너지 전달로 표적에 결합한 탐침의 신호만 구별하는 기술이다. 이를 혈액 속 암 DNA 분석에 쓰려면 보완이 필요했다. 앞선 기술은 한 가닥 핵산이 대상이었는데 혈중 암 DNA는 두 가닥 구조여서, SIMUL은 증폭한 뒤 효소로 한 가닥만 남기는 과정을 거친다.
임상 데이터: 환자 혈장 연구와 진행 중인 비교 연구
KRAS 변이 3종을 분석한 폐암 환자 25명의 혈장 연구에서는 변이 5건이 검출됐다. 건강인 혈장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검출된 변이의 비율은 0.13~0.27%였다.
SiMBA는 마이크로RNA 3종, 단백질 2종, KRAS 변이 3종, DNA 메틸화를 함께 측정하는 다중 생체표지자 분석 패널이다. 건강인 90명과 1~2기 비소세포폐암 환자 60명을 구분한 AUC는 0.924였다. 다만 미세잔존암이나 재발 예측을 직접 입증한 것은 아니며 추가 임상 검증이 필요하다.
현재는 SIMUL과 디지털 PCR을 비교하는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다. 비소세포폐암 환자 82명의 혈액을 대상으로 하며, 2026년 12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회사는 2027년 급성골수성백혈병·대장암·유방암으로 파일럿 연구를 넓힐 계획이다.
사업 방향: 동반진단에서 미세잔존암 모니터링으로
회사는 2025년 상반기까지 SIMUL의 첫 적용 분야로 표적항암제에 맞는 환자를 선별하는 동반진단을 우선 검토했다. 이를 위해 비소세포폐암의 EGFR 변이를 검출하는 탐침 50종을 개발했다. 하지만 동반진단 시장은 기존 기업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인허가 진입장벽도 높았다.
홍 대표는 “이후 기존 검사 기술의 한계와 의료 현장의 수요를 고려해 미세잔존암 검출과 치료반응 모니터링을 우선 사업 분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기존 NGS 기반 검사가 결과까지 약 2주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에 회사는 검사 소요 시간을 6시간 미만으로 줄여 당일 결과를 확인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장비와 사업 모델: Simfli-X에서 해외 서비스까지
검사 자동화 전용 장비 Simfli-X도 개발 중이며, 2027년 3월까지 시제품 완성을 계획하고 있다. 목표 검사료는 국내 건당 100만 원, 미국 건당 1,000달러다.
사업 모델은 초기 병원 검사 서비스 이후 글로벌 진단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장비·소모품 공급으로 넓히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2028년 미국 CLIA 인증 검사실과 협약하고 2029년부터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기적으로는 췌장암·대장암 등 암 조기진단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팀과 자금
강찬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홍 대표 연구실 박사 출신이다. 박창원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일루미나 코리아 등 진단 업계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았다.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박세훈 교수는 주주이자 전략 자문으로 참여한다.
회사는 2025년 프리A 투자 19억 원을 유치했고, 같은 해 10월 딥테크 팁스에 선정됐다. 2026년 5월에는 민관공동 기술사업화 과제에도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