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구조물 자체를 통신 경로로 쓰는 metalWave 기술로 선박 내부 통신 음영을 줄이는 하드웨어가 상용 단계에 들어섰다. 부산에 본사를 둔 금속 표면 통신 기술 기업 지엔테크놀로지스(대표 박철균)는 이 기술을 적용한 선박용 무선 음성통신 장치 metalVox를 국내외 조선소와 선사에 공급해 왔다. 2026년 8월 기준 metalVox가 설치돼 운항 중인 선박은 국내외 85척이다.
지엔테크놀로지스는 같은 기술을 데이터 통신에 적용한 metalLink도 개발하고 있다. metalLink는 선내 와이파이와 정보 전송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발 중이며, 2027년 상반기 metalLink 기반 선내 와이파이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한다.
기술 사양: 금속 표면의 전자기장으로 신호 전달
metalWave는 통신 장치와 금속 구조물을 전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다. 금속 표면에 형성된 전자기장으로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에, 선박의 금속 격벽과 밀폐 공간 같은 구조가 장애물이 아니라 신호가 지나는 길이 된다. 선원은 기존에 쓰던 디지털 무전기를 그대로 사용한다.
선박은 금속 격벽과 밀폐 공간 때문에 일반 무선통신이 어렵고, 케이블과 안테나를 설치하는 부담도 크다. metalVox는 metalWave를 적용한 선박용 무선 음성통신 장치로 이 문제를 겨냥한다.
케이블 길이 차이는 17만4,000㎥급 LNG 운반선 사례로 확인된다. 이 선박에 기존 무선통신 시스템을 적용하면 약 2,000m의 케이블과 실내 안테나 28개, 신호 분배기 11개, 기지국 3대가 필요했다. metalVox를 적용한 구성은 케이블이 약 100m이고 안테나는 4개다. 해당 사례에서 케이블 길이는 약 95% 줄었으며, 이 비율은 선박 크기와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metalVox는 2023년 한국선급으로부터 선박 적용 설계 개념승인(AiP)을 받았다. 지엔테크놀로지스는 2025년 11월 전파·방송 기술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개발 이력: 무선충전 엔지니어에서 선박 통신으로
지엔테크놀로지스는 2016년 설립됐다. 박철균 대표는 2005년 삼성전기에 입사해 무선충전 개발을 맡았고, 2015년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6의 무선충전 기능 개발을 총괄했다. 2017년 삼성전기를 떠나 지엔테크놀로지스에 합류했다. 박 대표는 한양대학교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고, 일본 도쿄공업대학교에서 무선통신 박사 학위를 받았다.
상용화 과정에서 조선소 납품이 먼저 있었다. 2019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 2020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에 시운전용 장비를 납품했다. 2022년 현대중공업이 metalVox를 선박 기본 설계에 채택하면서 본격적인 상용화 기반이 마련됐다.
metalVox를 적용한 신조선은 HMM과 SK해운, 현대LNG해운 등 해운사가 발주했다. 해외에서는 크누트센(Knutsen)과 셀시우스(Celsius), TMS 카디프 가스(TMS Cardiff Gas)가 장비를 도입했고, 프랑스 해운사 CMA CGM과 일본 해운사 MOL도 주문을 냈다.
박 대표는 통신이 선박에서 갖는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배는 육지를 떠나면 하나의 독립체가 됩니다. 통신은 선박 내 안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죠.”
밸류체인 위치: 후루노와 해외 사후관리, 적용 선종 확대
지엔테크놀로지스는 2022년 일본 선박 항해·통신 장비 전문기업 후루노(FURUNO)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후루노는 2025년과 2026년에 지엔테크놀로지스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지엔테크놀로지스는 후루노의 글로벌 AS망을 활용해 해외 사후관리 체계를 확보하고 해외 선사로 공급을 넓히고 있다. 박 대표는 협력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통신 제품은 애프터서비스(AS)가 중요하기 때문에 글로벌 AS망을 갖춘 후루노와 손잡았다.”

군용 선박 쪽에서는 민군 기술적용 연구사업을 통해 함정용 다채널 metalVox를 개발했다. 이 제품을 해군 구축함에 탑재해 신뢰성을 검증하는 단계다. 신조선 중심이던 공급은 운항선 개조 시장으로 넓히고 있다.
제품 구성도 선박 운용 환경에 맞춰 넓히며 제품군을 세분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듀얼채널 제품으로 대형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공급을 추진하고, 해양플랜트와 해군 함정, 중소형 선박을 사업 확대 대상으로 설정했다.
metalLink와 국제 기준 구상
metalLink는 선박의 금속 격벽과 밀폐 공간 때문에 내부 무선 데이터망 구축이 제약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 중인 제품이다. 실선 환경에서 1차 기술 검증을 마쳤고, 2027년 상반기 metalLink 기반 선내 와이파이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한다.
국제 기준 측면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안전 기준에 밀폐구역 통신 장비가 법정 안전장비로 반영되도록 활동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