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장·초음파·수압·수온을 조합해 육류의 식감을 개선하는 가공 기술 '딥에이징(Deep Aging)'이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한 딥플랜트는 AI로 원육의 상태를 분석하고 처리 조건을 찾는 방식을 결합했다. 딥플랜트를 이끄는 김철범 대표(57)에게 이번 사업은 12번째 창업이다.
앞선 창업들에서 그가 깨달은 것은 기술 가능성과 사업 성공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2019년 만 50세에 다시 창업을 준비하면서는 이전과 다른 방법을 택해, 육류 산업 관계자 200여 명을 만나고 관련 연구논문 100여 편을 검토했다.

딥에이징 가공 기술과 AI 품질 예측의 사양
육류는 부위와 품질에 따라 식감이 달라진다. 선호도가 높은 부위는 비싸게 팔리는 반면 질기거나 지방이 적은 부위는 낮은 값에 거래되는데, 자연 숙성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양념이나 분쇄 가공으로는 식감을 바꾸기 어렵다. 딥에이징은 이런 한계를 풀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다. 질긴 부위 등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는 원육의 활용도를 높이고 품질 편차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딥플랜트는 이 가공 기술과 관련한 등록특허를 확보했다.
여기에 AI를 결합한 것은 원육마다 다른 상태를 분석하고 적절한 처리 조건을 찾기 위해서다. 딥플랜트는 기존 팁스(TIPS) 연구개발을 통해 학습 데이터 약 1만 건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이미지 기반 AI 모델은 마블링 판정에서 약 91%, 신선도 판정에서 약 94%의 성능을 냈다. 다만 이 수치는 연구 검증 조건에서 나온 결과이며, 다양한 환경에서도 유지되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올해 딥테크 팁스에 선정되면서 3년간 총 15억 원의 연구개발 지원을 받는다. 딥플랜트는 이 지원을 바탕으로 초분광 영상 기반 품질 예측과 단백질 구조 제어 공정을 결합한 AI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AI가 원육 판단부터 숙성 공정까지 자율 제어하는 통합 시스템은 상용화 이전 단계다.

제조·ODM 현장과 매출 변화
딥플랜트는 현재 육가공 기업을 대상으로 제품을 제조·납품하고 ODM을 운영하고 있다. 자체 가정간편식 브랜드 딥플레이트(Deeplate)도 개발했으며 하루 약 2,000개를 생산한다. 한우 불고기와 한돈 제육 제품은 농협식품R&D연구소와 협력했다. 와디즈 펀딩에서는 약 1,188만 원의 실적을 올렸다. 현재 임직원은 12명이다.
매출은 2024년 약 19억 원에서 2025년 약 12억 원으로 줄었다. 김 대표는 유통 중심 사업구조를 제조·ODM으로 전환하고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19년 창업을 준비하던 때 중장년 예비창업 지원사업에 선정돼 첫 실험 장비를 제작할 수 있었다.

장비·데이터 구독 모델과 싱가포르
김 대표는 장기 사업 방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장비와 AI 데이터 서비스를 결합한 사업에 무게를 두고 있어요. 육가공 기업에 딥에이징 장비를 공급하고, 품질 분석과 공정 최적화 서비스를 구독 형태로 제공하려고 합니다.”
장비 가격은 한 대당 5,000만~1억 원, 서비스 이용료는 월 약 100만 원 수준을 검토하고 있다. 장비와 데이터 구독을 결합한 이 모델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매출이 나오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싱가포르를 첫 진출 거점으로 검토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푸드테크 기업 지원기관 이노베이트360(Innovate360)이 딥플랜트에 투자했다. 싱가포르 현지 육류에 딥에이징을 적용한 한국식 고기 덮밥 등 실증 사업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은 더 맛있는 고기 한 조각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육류의 가치를 데이터와 기술로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산업 표준을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앞으로 3~5년은 국내 제조사업의 수익성 안정화와 AI 품질 예측·딥에이징 공정 통합에 집중할 시기로 본다. 그 뒤에는 해외에서 장비 공급, 기술 라이선스, 데이터 구독 사업화가 가능한지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