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기반 화재 해석 소프트웨어 FDS보다 특정 시험 조건에서 최대 107배 빠른 계산 속도를 낸 국산 소프트웨어가 나왔다. 메테오시뮬레이션이 개발한 GPU 기반 화재·피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BUL(불씨)'이다. 김지태 대표는 기존 FDS의 물리 모델을 바탕으로 GPU에서 구동하는 해석 엔진을 직접 구현했고, 여기에 AI 도면 인식과 모델 구성 기능을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107배는 RTX 4090 환경의 특정 시험 조건에서 나온 수치로, 모든 환경에서 같은 성능이 나온다는 뜻은 아니다. RTX 5060 환경에서는 회사 측 시험 결과 기존 CPU 기반 FDS 대비 15~33배의 계산 속도를 기록했다.

기존 프로그램의 화면 대신 계산 엔진을 새로 만들었다
김 대표는 기존 화재 시뮬레이션이 계산 속도가 느리고 사용이 어려워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 제한된다고 봤다. 메테오시뮬레이션은 기존 프로그램의 화면을 개선하는 대신 계산 엔진 자체를 새로 개발하는 길을 택했다. 김 대표는 개발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연구실에서 많이 쓰면서도 불편했던 것이 화재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었어요. 다른 분야에 비해 발전이 더디고 사용하기 어려웠죠.”
속도가 빨라지는 의미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화재 안전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여러 설계안을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계산이 빨라지면 같은 시간에도 더 다양한 상황을 살펴볼 수 있죠.”
실제 프로젝트에서도 단축 사례가 나왔다. 한 연구기관의 배터리·화재 실험 장비 설계 과정에서 통상 2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 시뮬레이션 작업을 5일에 마무리했다.
FDS 입력 파일 호환, AI는 모델링 지원에 한정
BUL은 기존 FDS 입력 파일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자체 GPU 엔진과 표준 FDS 가운데 하나를 골라 실행하는 방식으로, 설계 초기에는 빠른 GPU 해석으로 여러 조건을 비교하고 인허가 제출용 해석에는 표준 FDS를 쓴다. FDS(Fire Dynamics Simulator)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NIST가 개발한 화재 해석 소프트웨어다.
AI는 도면 인식과 작업 지시 변환 등 모델링을 돕는 데 쓰이고, 화재 계산 자체는 물리 기반 엔진이 수행한다. 현재 배포 중인 0.9x 버전에는 재료 물성치 라이브러리 63종이 탑재돼 있다.

계산이 빠르다고 해서 곧 해석 결과가 정확하다는 뜻은 아니다. 김 대표는 “빠르다는 것보다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ISO 9705 실내 화재 시험에서 BUL과 표준 FDS 결과의 공간 분포 기준 일치도는 96.6~98.8%다. 특수 환경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줄이는 개선 작업은 진행 중이다.
건설·제조 현장에서 용역으로 먼저 쓰였다
산업 현장 적용은 건설 분야에서 먼저 나왔다. 2025년 7월 GS건설과 초고층 공동주택 화재안전 성능설계 기술협약을 맺었고, 한 달 뒤 유료 용역 계약으로 연결했다. 뷰어 시제품도 납품했으며, 올해에는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 재개발과 관련한 후속 협약도 맺었다.
제조업 쪽에서는 삼성전자에 지하주차장 화재 대응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발주한 사용후 배터리 열폭주 시뮬레이션 용역은 진행하고 있다.
현재 주요 수익원은 소프트웨어 판매보다 엔지니어링 용역이다. 2026년 10월 기준 BUL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도입은 5건이고, 연간 구독료는 600만원이다. 구독 갱신과 고객 유지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른 단계다.
용역에서 라이선스·구독 중심으로
메테오시뮬레이션은 수익구조를 엔지니어링 용역에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구독 중심으로 다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6년 개인사업자로 연구용역을 시작해 2023년 법인을 설립했다. 1985년생인 김 대표는 충남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중앙대학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한다. 김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 5명은 전원 연구개발 인력이다.
회사는 2025년 첫 영업이익을 냈고 2026년 7월 투자 계약을 맺었다. 9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에 선정됐다.
김 대표는 안전 검토의 비용과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안전 검토가 빠르고 쉽고 저렴해지면 법적 최소 기준을 넘어 더 안전한 설계를 찾는 일도 가능해집니다.”
다음 계획은 2027년이다. 건축정보모델링(BIM) 호환 기능을 갖춘 BUL 2.0을 출시할 예정이다. 설계 단계의 BIM 모델을 화재 해석용으로 바꿔 주는 기능으로, 도면을 해석용 모델로 다시 그리는 수작업을 줄여 설계와 화재 안전 검토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쌓은 기술 개발과 현장 적용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시장 진출도 추진할 예정이다. 장기 목표는 스프링클러·구조해석·홍수·지진으로 해석 범위를 넓혀 재난·방재 디지털 트윈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