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큐어(Epicure)가 HDAC11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신경세포가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를 스스로 더 만들도록 유도하는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신약 Nootrostat을 개발하고 있다. 후보물질 EPIC-853은 회사 자체 효소시험에서 HDAC11 활성을 절반으로 낮추는 농도(IC50)가 0.5μM로 나왔고, 알츠하이머병 환자 iPSC 유래 신경세포에서는 BDNF 측정량이 8.3ng에서 22.14ng으로 올랐다. 조찬희 대표가 2021년 6월 설립한 이 회사는 2029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Nootrostat은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대상으로 한 경구용 저분자 치료제를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후성유전학 접근을 쓰며, BDNF를 외부에서 공급하거나 수용체를 자극하는 대신 신경세포가 스스로 더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연구 방향이다.
기술 사양: HDAC11 선택성과 효소·세포시험 결과
BDNF는 신경세포의 생존·성장·시냅스 기능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에피큐어는 HDAC11 선택적 억제로 BDNF 생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저분자 억제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HDAC11은 사람에게 존재하는 11개 아연 의존성 HDAC 아형 중 하나이며, 에피큐어가 약물 표적으로 선택한 효소다.
HDAC 계열은 여러 아형이 서로 다른 조직에서 작용한다. 에피큐어가 HDAC11의 선택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EPIC-853은 효소시험과 환자 유래 신경세포 시험에 쓴 후보물질이다. 회사 시험 조건에서 HDAC11 억제 농도(IC50)는 0.5μM였다. 50μM 농도에서 다른 10개 HDAC 아형 각각에 대한 억제율은 10% 이하였다.
회사는 화합물의 효소 억제 특성에 이어 실제 신경세포에서 BDNF 생성에 변화가 나타나는지도 살펴봤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iPSC 유래 신경세포에 EPIC-853을 처리하자 BDNF 측정량이 대조군 8.3ng 대비 22.14ng으로 나왔다.

동물실험: Y자 미로 교대율 개선, 초기 결과
동물실험에는 EPIC-853이 아닌 EPIC-006과 EPIC-008 화합물을 썼다. 공간작업기억을 평가하는 Y자 미로 실험에서 실험군별 동물은 4마리였다. 정상 대조군 쥐의 교대율은 64.5%, 알츠하이머병 일부 특징을 보이는 모델 쥐(3xTg) 대조군은 48.5%였다.
EPIC-006 투여 실험군의 교대율은 67.4%, EPIC-008 투여 실험군은 60.5%로 나타나 알츠하이머병 모델 대조군보다 높은 수치가 측정됐다. 다만 동물 4마리의 초기 결과여서 재현성과 통계적 유의성은 추가 평가가 필요하다. 사람의 인지기능 개선을 확인한 결과도 아니다.
이 동물실험 결과는 주사 투여로 얻은 것이다. 경구용으로 쓸 수 있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에피큐어는 후보물질의 화학구조를 개선해 경구용 조건을 충족하는 물질을 찾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Nootrostat이 현재 확보한 히트 물질을 선도물질 단계로 발전시키는 연구도 필요한 상황이다.
개발 체계와 일정: 협력 기관과 정부 R&D
연구는 조 대표 외에 연구원 3명이 참여한다. 성균관대학교는 분자 모델링과 작용 기전 연구에서, 건양대학교 의과대학은 동물 효능 평가에서, 케이메디허브(K-MEDI hub)는 약동학 및 독성 관련 연구에서 협력한다.
조 대표는 성균관대에서 약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 대학 후성유전체 연구센터 등에서 연구 경험을 쌓았다. 고려대학교 약학연구소와 서울대학교 생명공학연구소에서도 연구한 경력이 있다. 연구자로서 축적한 지식을 실제 치료제 개발에 적용하기 위해 창업한 회사가 에피큐어다. 기존 치매 치료제와 다른 방식으로 신경세포의 기능을 보호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개발 일정 목표는 2027년까지 동물모델 효능 연구, 2028년 비임상 독성시험, 2029년 임상 1상 진입이다. 연구 결과와 자금, 규제 심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자금과 사업모델: 정부 R&D 12억 원, 시리즈 A 준비
에피큐어는 정부 R&D 과제로 초기 연구 자금 12억 원을 확보했다. 치매극복 연구개발사업 과제가 9억 원,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과제가 3억 원이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외부 투자는 아직 없다.
후보물질의 독성시험과 후속 연구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는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해외 바이오 행사에 참가해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 기회도 모색할 계획이다.
사업모델로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을 장기적으로 구상하고 있으며, 기술료와 판매 로열티를 확보하는 구조다. 알츠하이머병 외에 뇌졸중·외상성 뇌손상·파킨슨병으로 연구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기전 연구와 효능 검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