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GPU, 발사체, 위성망 — 서로 다른 산업으로 보였던 기술 자산들이 하나의 운영체계로 연결되고 있다. 미래학자이자 스타벤처스 대표이사인 문지은 박사는 최근 칼럼에서 일론 머스크(테슬라·스페이스X·xAI 창업자)와 젠슨 황(엔비디아 CEO)의 산업 전략을 '미래기축산업' 개념으로 분석하며, 기업 경쟁력의 기준이 매출·시가총액에서 산업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 즉 인프라·표준·데이터의 소유 여부로 이동하고 있다고 짚었다.
문 박사는 “그 기업은 세계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어떤 길목을 소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매출이나 시가총액 같은 재무 지표만으로는 앞으로의 산업 지도를 읽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테슬라-스페이스X-xAI: 지상과 궤도를 잇는 하드웨어 순환계
머스크는 지상 모빌리티와 에너지, 로봇을 우주 발사체·위성망·AI와 연결해 '행동하는 지능의 순환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 문 박사의 분석이다. 테슬라의 전기차·배터리·AI·로봇 사업은 2026년 3월 스페이스X 보통주에 20억달러를 투자하며 지분 1% 미만을 확보한 사실과 맞물린다. 같은 해 2월에는 스페이스X가 AI 모델 기업 xAI를 인수하면서, 발사체·위성 인프라와 AI 모델이 한 회사 산하로 통합됐다.
이 구조는 발사체와 위성망 같은 우주 하드웨어가 지상의 전기차·로봇 데이터와 결합해 순환하는 형태로 읽힌다. 자본 역시 관계사 간 단순 이동이 아니라 실제 산업자산과 고객 수요를 통과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엔비디아: GPU에서 금융 플랫폼까지 지능 생산체계
젠슨 황이 이끄는 엔비디아는 GPU·소프트웨어·데이터센터·금융을 결합해 지능 생산체계의 설계자이자 자본 조직자로 진화하고 있다. 2026년 8월 엔비디아는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위해 5000억달러 이상의 자본을 동원하는 금융 플랫폼을 발표했으며, 아폴로·블랙록·블랙스톤·브룩필드·골드만삭스·KKR 등 금융기관이 이 플랫폼에 참여했다.
GPU 하드웨어 제조사가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까지 조직하는 이 구조는 반도체 인프라가 곧 금융 인프라로 확장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30년 약 945TWh로 현재의 두 배 이상 늘고, 2035년에는 약 1200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GPU 컴퓨팅 확대가 전력망 부담으로 직결되는 셈이다.

6개 산업주권 프레임과 한국의 밸류체인 위치
문 박사는 2035년 기술패권이 에너지·컴퓨팅·지능·행동·통신망(궤도)·자본표준이라는 6개 주권의 연결력에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개별 기술의 우위가 아니라 이 요소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어내는 능력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은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부품 경쟁력은 갖췄지만, 이를 하나의 미래 시스템으로 묶는 자본 설계가 부족하다고 문 박사는 지적한다. 소버린 AI는 명칭만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며, 에너지-컴퓨팅-지능-행동-통신망을 아우르는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산화율 같은 단순 지표 대신 위기 시 사용 가능한 전력·컴퓨팅 권리, 네트워크 접근권, 장기계약, 표준·지식재산(IP) 수익까지 기술자산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문 박사는 다음 편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보유한 최대 15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자본을 소재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밸류체인 재설계 가능성을 다룰 예정이다. 부품 공급망에 머물러온 국내 기업들이 발사체·전력망 같은 인프라형 자산으로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문 박사는 “세계의 산업 지도가 다시 그려질 때, 당신들은 어떤 길목을 소유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번 칼럼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