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일라이 릴리가 향후 5년간 최대 10억달러(약 1조 4,000억 원) 규모의 공동투자를 통해 AI 신약개발 연구소를 설립한다. 엔비디아의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 플랫폼 바이오네모(BioNeMo)를 기반으로 한 이번 협력은 Co-Innovation AI Lab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며, AI·자동화·로보틱스를 신약개발 전 과정에 연결하는 전략적 동맹 사례로 꼽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도 AI가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지만, 자본의 관심은 기술 자체보다 신약개발·임상·의료행정 등 실제 산업 적용과 데이터·워크플로 통합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확인됐다.

데이터·플랫폼 기반의 신약개발 경쟁
업계에서는 의료 AI 경쟁력이 단일 모델의 성능이 아니라 데이터 확보와 의료 워크플로 통합 능력에서 갈린다고 본다. 구글 딥마인드 계열의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 역시 단백질 구조 예측을 넘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전체의 효율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바이오 AI 경쟁이 개별 모델 성능 경쟁에서 파이프라인 전체 최적화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네트워크 바이오(Network Bio)가 AI-Ready 바이오 데이터셋 구축에 나서고 있다. 예지엑스(Yeji X)는 멀티모달 AI를 활용해 심부전 재입원 위험을 예측하는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카카오벤처스와 슈미트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한 뒤 올해 글로벌 팁스(TIPS)에 선정되며 미국 법인을 설립해 현지 진출에 나섰다.
맞춤형 치료제·진단 플랫폼의 글로벌 밸류체인 진입
애스톤사이언스(Aston Science)는 AI와 면역학을 결합해 맞춤형 암 백신 플랫폼을 구축한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의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PAVE'에 선정됐고, 올해 6월에는 위암 백신이 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현지 의료 시스템과 규제를 고려한 기술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진단 장비 분야에서는 노을(Noul)이 현장진단 자동화 플랫폼 miLab CER을 앞세워 유럽·중남미 시장에 진출했다. 노을은 올해 6월 중소벤처기업부의 '글로벌 강소기업 1000+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임상 데이터 관리 플랫폼을 운영하는 플로렌스 헬스케어(Florence Healthcare) 역시 임상시험 워크플로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같은 흐름 위에 놓인 사례로 꼽힌다.
스케일업 단계의 과제
중소벤처기업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DIPS), 글로벌 팁스 등 정부 지원은 기술창업 단계를 넘어 스케일업과 해외진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만 현지 임상검증과 규제대응처럼 실제 해외 시장 진입 단계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지원 내용이 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 인프라, AI 신약개발 플랫폼, 초기 설계 단계부터의 글로벌 사업화 전략을 갖춘 기업들이 다음 단계의 밸류체인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