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현장의 사무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솔루션이 ISA-95 국제 표준 스키마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자체 개발한 머신러닝 모델로 데이터를 매핑하는 구조를 갖췄다. 트리니오(Trinio)가 개발한 'D.A.N.A Work'는 전표 입력, 원가 분석, 월말 결산 등 제조업 반복 사무 업무를 ERP·MES와 연동해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다. 지난해 설립된 트리니오는 강태욱(Tony Kang) 대표와 이창민(Chris Lee) 사업총괄이 공동창업했으며, 올해 4월 중소벤처기업부 초기창업패키지에 선정됐고 6월에는 네이버클라우드에 등록됐다.

ISA-95 스키마와 데이터 노출 0 구조
D.A.N.A Work의 핵심은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에 있다. 실제 데이터는 국내에 보관하고, LLM에는 스키마 정보만 전달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노출을 최소화했다. 이창민 사업총괄은 “대부분의 AI 회사는 모든 데이터를 받은 뒤 나중에 보안을 적용하지만, 트리니오는 데이터 노출 0에서 시작합니다. 스키마 정보만 LLM에 전달하고 실제 데이터는 국내에 머무르는 구조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구조를 뒷받침하는 것이 ISA-95 스키마다. 제조 운영 관리(MOM) 국제 표준인 ISA-95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정리해 저장하고, 여기에 자체 개발한 머신러닝 모델을 붙여 ERP·MES에 흩어진 데이터를 매핑한다. 접근 제한은 가드레일과 권한 관리 레이어로 처리해, AI가 사용자의 업무 맥락을 더해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도 데이터 접근 범위를 통제한다.

ERP 교체 없이 1개월 안에 자동화
기존 ERP 도입에는 1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고, 경쟁사의 AI 전환 프로젝트는 개발자와 컨설턴트 등 외부 전문 인력을 고용해 약 1년이 걸린다. 트리니오는 ERP·MES를 교체하지 않고 연동하는 방식을 택해 이 기간을 크게 줄였다. 강태욱 대표는 “자금 여력이 충분한 기업은 개발자와 컨설턴트 등 외부 전문 인력을 높은 비용으로 고용해 약 1년 동안 AI 전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트리니오의 솔루션은 중소제조기업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1개월 안에 10건의 사무 업무를 AI로 자동화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도입 사례에서 예산 편성 작업은 3주 이상에서 3시간으로, 전표 입력과 보고서 작성 시간은 하루 2시간에서 3분 이내로 줄었다. 이런 접근은 한국경제인협회(FKI)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사에서 지역 중소기업의 51.4%, 제조업의 60.8%가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배경과 맞물려 있다.
베트남 공급망과 밸류체인 확장
트리니오는 올해 1월 최저임금이 7.2% 인상된 베트남 시장으로도 사업을 넓히고 있다. 강태욱 대표는 지난 4월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현지 행사에 참여했다. 한국과 베트남으로 연결된 제조 공급망을 활용해, 예를 들어 800개 제품 주문이 발생했을 때 발생하는 원가 분석과 결산 업무 등을 자동화 대상으로 삼는다.

지난 7월 1일 부산에서 열린 ‘2026 AI 자율제조혁신 콘퍼런스 인 부산’에서는 이창민 사업총괄이 트리니오 전시 부스에서 관람객들에게 자사 솔루션을 설명했다. 이 행사에는 KAIA도 참여했다. 트리니오는 이런 자리를 통해 국내외 제조업체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로봇과 피지컬 AI를 위한 두뇌 데이터
트리니오가 사무 자동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단순히 인력난 해소에 머물지 않는다. 사무 업무를 AI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장의 운영 맥락이 데이터로 쌓이고, 이는 향후 로봇과 피지컬 AI가 확산될 때 필요한 운영 의사결정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강태욱 대표는 “로봇과 피지컬 AI가 발전해도 그 로봇에게 무엇을, 언제, 얼마나 만들지 알려주는 운영 레이어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사무 업무 자동화로 진입하지만 그 과정에서 공장의 운영 맥락이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쌓입니다. 로봇이 손이라면, 저희는 그 손을 움직이는 두뇌를 만드는 겁니다.”라고 밝혔다.
트리니오는 정부 지원 여부와 무관하게 고객사가 비용을 지불하고 선택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강태욱 대표는 “정부 지원금이 있어야 도입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지원금이 없어도 고객사가 스스로 비용을 지불하고 선택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올해 목표입니다.”라고 전했다. ISA-95 스키마 기반 데이터 축적이 실제 제조 현장에서 로봇과 피지컬 AI의 두뇌 역할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확장 속도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