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휴대용 무선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한 힐세리온의 류정원 대표가 청년창업사관학교 전국 총동문회장 자격으로 정부의 창업지원사업 체계 개편에 우려를 표했다. 힐세리온은 2012년 청년창업사관학교 2기로 선발된 기업으로, 초음파 프로브를 무선으로 구동해 휴대성을 확보한 진단기기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류 회장은 “초기에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창업 지원이 없었다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이라며 “세계 최초 휴대용 무선초음파 진단기 제품을 제때 출시하지 못해 기업이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형 육성 모델과 산업 밸류체인 위치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16년째 운영해온 프로그램으로, 1년간 집중 육성 후 졸업 이후에도 기수 중심의 동문 네트워크가 이어지는 학교형 모델이다. 김윤정 청창사 대외협력 이사(엔티1 CFO)는 “초기에는 창업자와 운영기관 모두 경험이 부족해 함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 과정에서 기수 중심의 결속력이 형성됐다”며 “이후 성공한 선배 창업자들이 후배들에게 경험과 사업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할 경우 멘토링이나 사업 협력·컨소시엄 구성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 네트워크는 힐세리온과 같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뿐 아니라 토스, 직방 등도 거쳐간 것으로 알려졌다.
동문 네트워크는 창업 초기 지원을 넘어 투자 영역으로도 확장됐다. 동문기업 약 40개사가 참여한 1호 펀드가 이미 결성됐고, 2호 펀드도 준비 중이다. 다만 청창사는 연 1,000명 규모로 배출 규모가 커지면서 초기 기술기반 창업 취지가 다소 약화됐고, 졸업 이후 후속지원과 투자·글로벌 연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류 회장은 이 부분에 대해 “유지해야 할 핵심은 집중 육성과 동문 네트워크 모델입니다. 다만 졸업 이후 후속지원과 투자·글로벌 연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저희도 공감합니다. 이 부분은 개편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라고 밝혔다.
개편 방향을 둘러싼 총동문회의 우려
정부는 창업지원사업의 중복을 줄이고 성장단계별로 체계를 정비하는 개편을 추진 중이다. 류 회장은 이 취지 자체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추진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공식 문서로 통보받은 내용은 아직 없고 관계자들을 통해 전해 들은 수준”이라며 “확정된 안이 공유되지 않은 채 이런저런 얘기만 전해 들리는 상황 자체가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기대효과를 충분히 검토해 유지·발전시킬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을 구분하기보다, 행정 편의에 따라 기존 사업을 일괄 폐지·통합하는 쪽으로 흐른다는 말이 들려서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총동문회가 특히 지키고자 하는 것은 청창사라는 브랜드 자체다. 류 회장은 “저희 요구는 성과가 검증된 정책자산인 청창사를 계승·발전시켜 달라는 것입니다. 브랜드만 남고 예산과 인력이 줄어 청창사가 실질적으로는 와해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청창사는 16년간 쌓인 하나의 브랜드”라며 “지원 기능과 예산이 유지되더라도 이름과 브랜드가 사라지면 그동안 쌓인 신뢰와 네트워크의 상징이 함께 무너진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대안으로는 “최소한 ‘모두의 창업’ 체계 안에서라도 청창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형태로 존속시키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집중 육성과 동문 네트워크라는 강점을 살리면서 청창사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국회 세미나 개최 추진
총동문회는 권역별 회장단의 의견서와 서명을 취합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에 전달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자중기위 소속 의원 및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오는 9월 중 국회에서 세미나 개최도 검토하고 있다. 류 회장은 “저희는 감정적으로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라 검증된 정책자산을 계승·발전시키자는 건설적인 제안을 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창업 생태계를 손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오랜 세월 청년 창업과 지역 창업의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프로그램은 오히려 더 잘 키우고 여기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접목시키는 것이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를 튼튼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힐세리온처럼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초기 자금과 시간을 확보해 세계 최초 제품을 제때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청창사의 집중 육성 체계가 있었다는 것이 총동문회 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