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탄에서 99% 이상 고순도 탄소를 뽑아 배터리 음극재로 만드는 기술을 블랙머티리얼즈가 사업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리튬이온전지용 인조흑연 음극재 KG-1을 내놓았고, 나트륨이온전지용 하드카본 음극재 KHC-1을 개발했다. 원료는 강원도 삼척 민영탄광의 무연탄이며, 2019년 8월 창업한 김일호 대표가 이끌고 있다.
공정은 무연탄의 불순물을 제거해 99% 이상의 고순도 탄소를 추출한 뒤, 이 탄소를 약 2,850도에서 고온 처리해 음극재로 만드는 방식이다. 회사는 샘플 공급과 온라인 판매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고순도 탄소 추출 공정의 사양
99% 이상 고순도 탄소를 확보하기까지 250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쳤다. 무연탄 고순도화 관련 공정 기술을 확립하는 데에는 약 5년 반이 걸렸다. 고온 처리로 음극재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100회 이상 실험을 했으며, 이 횟수는 고순도 탄소 확보 시행착오와는 별개다.
김 대표는 공정 개발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무연탄에 어떤 불순물이 포함돼 있는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각각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방법과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개발하고, 처리 순서를 정립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습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무연탄을 활용한 자체 공정의 제조수율은 약 65~70%다. 회사가 제시한 기존 비교 공정의 수율은 10~20%다. 무연탄 원재료 가격은 회사가 비교한 수입 원료의 약 10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KG-1과 KHC-1의 개발 현황
KG-1은 2025년 상반기 출시됐다. 기존 인조흑연이 주로 해외에서 들여오는 석유계 원료를 쓰는 것과 달리 국내 무연탄을 원료로 해 수급처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출시 이후 샘플 판매와 고객사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대기업 평가에서는 고속충전 특성이 확인됐다. 이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회사는 공급 확대를 위한 생산설비 투자도 추진 중이다.
나트륨이온전지는 리튬 대신 나트륨이온으로 충전과 방전을 하는 배터리다. 흑연은 나트륨이온을 저장하는 데 제약이 있어, 탄소 구조에 빈 공간이 있는 하드카본이 주요 음극재 후보로 꼽힌다. KHC-1은 가천대학교가 진행한 외부 성능평가에서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 열처리 조건과 제품화 공정을 고도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KHC-1 성능이 비교 대상인 세계 최고 수준 제품 대비 90% 이상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회사는 흑연 제품군으로 KNG-4, KNG-25 등도 판매한다. 국내 무연탄 기반 탄소계 음극재와 관련해 등록 특허 3건, 출원 특허 2건을 보유하고 있다.
밸류체인에서의 위치와 생산 확대
사업의 출발은 폐광 소식이었다. 김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강원도 탄광이 순차적으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고향의 대표 산업이 사라지는 것이 걱정됐습니다. 무연탄을 새로운 용도로 활용할 방법을 찾던 중 고순도 탄소를 추출해 배터리 음극재로 만드는 방안을 구상했습니다.” 사업의 목적은 폐광으로 사라지는 고향 석탄산업에 새 수요를 만들고, 배터리 음극재의 해외 공급망 의존을 줄이는 것이다.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샘플 공급에 집중했다. 샘플 소량은 쿠팡 등 온라인에서도 판매한다. 판매가격은 경쟁 제품보다 약 4~8% 낮게 책정했다. 삼성SDI의 1차 협력사에 샘플을 납품하기도 했다. 국내 대기업 D사와는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고 기술협력을 하고 있다.
자금이 소진되는 상황은 약 2년 주기로 반복됐다. 자금 소진과 인력 확보의 어려움 끝에 김 대표는 연구개발 과제를 대폭 줄이기로 했고, 흑연 벌크재 사업을 중단한 뒤 KG-1과 KHC-1에 집중하고 있다. 초기 투자기업인 조인셋은 기술 협력을 제공했고, 포스코기술투자는 2023년 5월 투자했다.
회사는 2025년 12월 딥테크 밸류업 협력기업에 선정됐고, 2026년 2월 대한민국 산업대상에서 인조흑연 활용 이차전지 소재 부문 K-R&D대상을 받았다. 지자체와의 협력 확대와 국내 제조사뿐 아니라 해외 시장 공급도 구상하고 있다.
회사는 약 30억 원을 추가 설비에 투자해 연간 300톤 이상의 생산라인을 확보할 계획이다. 경기도 화성시 사업장은 강원도 삼척·동해로 이전할 예정이며, 물류 부담을 줄이고 지역 탄광·기업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